일본 오사카에서 온 아쓰코 씨(50)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BTS 팬클럽인 ‘아미’를 상징하는 가방, 티셔츠, 마스크는 서울 동대문과 홍대 등지에서 샀다. 14일 명동에서 만난 그는 아미를 통해 친해진 친구 세 명과 함께 지난 10일 서울에 도착했다. 평창, 강릉 등 앨범 재킷 사진을 촬영한 ‘BTS 성지’엔 하나투어 상품을 구매해 다녀왔다. 10~17일 일정으로 수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는 그는 “돈이 아깝지 않은 여행”이라고 말했다.
‘아미 효과’에 서울이 들썩이고 있다. BTS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12~25일 세빛섬, 남산, 시청, 동대문, 여의도, 경복궁 등 서울 주요 관광지에서 열리는 행사에 최소 50만 명 이상(국내외 관광객 포함)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의 참석자(지난해 기준)가 11만여 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막강한 집객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건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12~13일 자체 BTS 데뷔 10주년 행사를 연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전주 같은 요일(6월 5~6일)과 비교해 210.3% 올랐다.
외국인 방문객은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스컴바인에 따르면 12~25일 투숙을 목적으로 서울의 호텔을 검색한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6% 늘었다. 트립닷컴 역시 BTS 페스타 기간에 한국을 방문하기로 한 외국인이 전달 같은 기간 대비 13% 증가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BTS가 국내 콘서트를 열 때 회당 경제적 파급효과가 최대 1조2207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1년에 10번 이 같은 공연이 열린다면 경제 효과가 12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SK텔레콤, LG에너지솔루션 등 대기업의 연 매출에 맞먹는 규모다.
올해는 데뷔 10주년이라는 상징성, 상대적으로 긴 페스타 기간,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인한 입국 규정 완화 등을 고려했을 때 경제적 파급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월 네 차례에 걸쳐 BTS 콘서트가 열린 라스베이거스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당시 20만 명의 콘서트 입장객을 제외하고 라스베이거스 시내에 설치된 팝업스토어와 사진전 방문 인원만 11만4000명에 달했다. 올해 전면 대면 행사로 재개된 CES 참석자(11만5000명)에 맞먹는 수치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1~4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중 1020세대 비율은 37.7%로 최근 7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BTS 등 K팝 팬들이 한국을 찾으며 평균 연령이 크게 내려갔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10대와 20대로부터 멋진 관광지라는 인식을 얻으면 그다음엔 중장년층 관광객의 대량 유입이 발생하곤 한다”고 말했다.
송영찬/이미경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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